카카오 먹통 보상, '허술한' 진정성 아쉬워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1.06 10:50 | 최종 수정 2023.01.26 13:46 의견 0
(사진=카카오)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톡 이용자 대상으로 무료 이모티콘 등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비스 장애에 대한 사과의 의미지만 정작 이용자들 사이에선 카카오의 대응에 불만 여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서비스 장애를 일으켰던 카카오가 이에 대한 보상으로 최근 이모티콘 3종·카카오메이커스 쿠폰 2종·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이 포함된 '전 국민 마음 패키지'를 지급했다.

카카오톡 무료 이용자까지 대상으로 한 보상안으로 관심을 받은 보상 패키지는 그러나 지급을 시작하자마자 허술한 운영 관리와 지급 후 꼼수 마케팅 논란을 일으키며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카카오)

■ "못 찾겠다 꾀꼬리"…직접 접속 쉽지 않은 '보상 페이지'

카카오 보상 지급은 5일 오전 9시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대다수의 이용자는 카카오 공식 채널 안내가 아닌, 오픈채팅방 공유를 통해 인지하고 접근한 경우가 상당수다.

채팅방의 공유된 링크를 통해 보상 지급을 인지했더라도 막상 해당 페이지에 직접 접속하려면 어디로 접근해야 하는지 알기 쉽지 않았다. 카카오 PC 홈페이지에서 '카카오톡 > 더보기탭 > 카카오나우'에서 확인하라는 안내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진=카카오톡 채널 화면 캡처)

카카오 공식 채널을 통해 보상 알림이 온 것은 보상 지급이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난 7일이다. 서비스 개시와 동시에 알림이 발송되는 통상적인 시기보다 늦은 안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보상 페이지 접근이 어렵다는 불만에 따른 후속 조치로밖에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란을 일으켰던 자사 서비스 장애에 대한 보상마저 불편함의 연속인 카카오의 '전 국민 마음 패키지'는 준비가 허술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사진=카카오)

■ 이모티콘 3종, 이모티콘 유료 구독자에게도 보상일까?

보상 패키지의 메인은 이모티콘 3종 제공이다. 영구적으로 이용 가능한 이모티콘 1종, 90일간 이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2종이다. 인기 캐릭터 ‘춘식이’ 이모티콘은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토심이와 토뭉이’, ‘망그러진 곰’ 등 2종은 90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이모티콘 1개당 판매가가 2000원 안팎이고, 카카오톡 이용자가 47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서비스 운용 비용만 수백억 원이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지난 22년 12월 15일에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12월 기준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인 '이모티콘 플러스'의 누적 경험자 수가 1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미 모든 이모티콘을 기한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던 기존 유료 이용자들에게는 이번 이모티콘 3종 지급이 보상으로서 의미가 충분할까.

물론 카카오의 이번 보상안은 '무료 서비스 이용자도 포함'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카카오가 접수한 '서비스 장애 피해 사례'에 따르면 금전적 피해를 호소한 유료 서비스 이용자는 1만4918명, 무료서비스 이용자는 7만2277명이었다. 이런 접수 사례를 반영해 무료 이용자까지 보상한 전례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전체를 보면 이번 보상책은 유료 이용자가 보상답지 않은 보상을 받는 '역차별'이 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무료 이용자와 유료 이용자의 보상안을 다르게 구성하는 세심함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다.

(사진=카카오톡 채널 화면 캡처)

■ '1개월 이용 후 자동 결제' 논란 톡서랍 이용권

보상 패키지에는 선착순 300만 명에게 지급하는 톡 서랍 30일 이용권도 포함되었다.
전 국민 보상인데 '선착순' 조건이 달린 것도 불만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 달 무료 사용 후 자동 결제가 이뤄진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사과의 진정성 논란이 증폭됐다.

보상을 이유 삼아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는 꼼수라는 비난에 카카오는 "사전 해지 예약 설정 기능을 통해 원치 않는 결제 전환을 방지할 수 있고, 결제 전환 1주일과 하루 전 충분한 안내를 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상 배포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자동 연장 해지 기능을 추가·안내한 점을 들어, 불만을 잠식시키는 후속 대응에 지나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카카오 다짐보고서)

■ 카카오식 소통의 노력…일반인 눈높이에 맞춘 '다짐 보고서'

카카오 보상 페이지 서두는 '다짐 보고서'로 시작된다. 해당 보고서에는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사고가 빨리 수습되지 못하고 서비스 복구가 더뎠던 원인이 요약 설명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는 이중화됐지만 시스템 이중화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판교데이터센터 전원 공급 전체가 중단됐을 때 이중화 전환을 돕는 일부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켜 다른 데이터센터로의 이중화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일일이 수동 전환 조치를 하면서 장애 복구에 5일이 소요됐다.

원인 설명과 함께 4가지 재발 방지 대책 ▲인프라 전문조직 구성 ▲내부위기 대응 매뉴얼 구축 ▲카카오 자체 데이터센터 보완 ▲지난 5년 대비 3배 이상 투자 등도 밝혔다.

기업 측 사고로 서비스 장애가 생겼을 때, 어려운 전문 보고서와 기자 회견 등으로 소통과 사과를 갈음하던 사례가 많았음을 생각하면 카카오의 이번 '다짐 보고서'는 카카오식 소통으로 이용자들과의 관계를 풀어내려 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부족함을 모두 꺼내 공개한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우면서도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보다 확실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세우는 데 힘을 모았다”고 전했다.

(사진=카카오)

그러나 이러한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느낀 보상 과정의 불편과 보상 내용의 기대 불만족으로 사과의 진정성은 다소 퇴색되었다.


기업 입장에선 고객 보상 프로그램에 드는 재정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이 내놓는 고객 보상 프로그램이 어떠한가는 결국 고객의 신뢰와 충성도에 영향을 끼친다. 고객 보상 프로그램에 '진정성'과 '치밀한 설계'가 간과되어선 안 되는 이유다.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 보상은 아직 진행형이다. 소상공인 대상으로 3만~5만 원 현금을 일괄 지급하는 피해 지원 절차는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보상 내용과 절차만으로도 실망감은 적지 않다.

자사 캐릭터 이모티콘과 기간 제한을 걸어둔 자사 서비스 이용권 제공이 '국민 생활에 끼친 불편과 손실을 공감한 보상'으로 최선이었을까. 보상받은 이용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난 뒤에 기능이 개선되고 추가되는 후조치 일색일 수밖에 없었을까. 보상을 해주면서도 고객의 마음을 충분히 되돌리지 못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자문해봐야 할 내용이다.

수많은 온오프라인 소상공인의 비즈니스 채널이자 4700만 명 이상의 유·무료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톡은 자사의 '사회적 책임'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다시는 지난 10월과 같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해서도 안 되지만, 지난 사고와 이번 보상 과정에서의 논란을 밑거름 삼아 고객 보상 체계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노력도 이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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