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이슈] "이 조합 신선하네!" 이색 컬래버레이션 사례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1.19 07:00 | 최종 수정 2023.01.20 12:52 의견 0

'곰표'라는 글자가 가슴에 커다랗게 쾅! 박혀있는 디자인의 흰색 패딩을 기억하시나요? 2018년 밀가루 브랜드로 유명한 곰표와 의류 브랜드 4XR이 만나 패딩을 출시했었는데요. 처음 SNS에서 이 옷을 봤을 때 '재미는 있는데, 과연 팔릴까?'라는 궁금증이 생기셨을 거예요. 하지만 "신선하고 재밌다"라는 소비자의 반응을 얻으며 큰 인기를 얻었고, 이색 컬래버레이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었죠!

(사진=곰표 홈페이지)

이후 대한제분의 장수 브랜드인 곰표는 성공적으로 리브랜딩 할 수 있었고요. 협업 마케팅의 선두 주자로 맥주, 과자 등 식음료 업계부터 화장품 등 뷰티 업계까지 다양한 산업군과 지속적으로 협업 상품을 내놓고 있어요.


■ 업계 간 컬래버레이션, 왜 하는 걸까?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제품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왜 거기서 나와?"라는 의외성이 있거나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선함이 필요한데요. 이러한 점들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포인트가 될 거예요. 특히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기업 간, 브랜드 간이라면 소비층을 확대하며 더욱 파급력을 가져올 수도 있고요.

또한,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직접적인 매출 변화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고 인지도를 올리는 효과도 누릴 수 있어요. 서로 반전 매력의 시너지를 뽐내며 많은 이들의 기 끌 수 있기 때문이죠. 자신의 브랜드보다 우수한 기술력이나 이미지를 보유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강화·보완할 수 있기도 해요.

재미있고 이색적인 상품을 선호하는 펀슈머(Fun+Consumer) 트렌드에 따라 기업 혹은 브랜드끼리 이색 협업을 하며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서로 업계가 달라도 "우리, 친구 할래?"라며 손을 잡고 기존의 공간을 '재탄생' 시키거나 이전에 없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말이죠.

(사진=인어교주해적단 제공)

◼ 뭉쳐야 산다, 편의점의 재탄생

편의점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세요? 삼각김밥, 컵라면 등 간단한 먹거리나 생활용품을 파는 곳이라 생각하셨나요? 그렇다면 깜짝 놀라실 수도 있는데요. 도심 구석구석 자리 잡은 편의점은 은행, 주민센터의 역할을 대체하며 일상의 편리함을 더하고 있거든요! 심지어 결혼 상담 연결, 반려동물 등록 서비스까지 선보이며 편의점으로 발길을 이끌고 있어요.

편의점 CU는 지난해 3월부터 수산물 전문 유통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과 손잡고 수산시장 활어회 픽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요.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낮 12시 전에 회를 주문하면 당일 저녁 6시 이후 집 앞 점포에서 찾을 수 있는 서비스죠.

CU는 국내 편의점 점포 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인어교주해적단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월평균 이용자 수는 150만 명에 이르는데요. 인어교주해적단은 목 좋은 곳에 있는 편의점을 물류의 중간 기지로 활용할 수 있고, CU는 소비자에게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는 편리하게 집 근처에서 신선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죠. 배송·이색·편리함 삼박자를 고루 만족하는 협업의 사례 중 하나예요.

(사진=GS리테일)

GS25는 지난해 12월부터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결혼 상담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GS25 각 매장 계산대 주변에 있는 홍보물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상담을 신청할 수 있는데요. 갈수록 결혼 건수가 감소하는 상황에 도움이 되고자,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 점을 주목해 서비스를 기획했대요.

통계청이 발표한 조혼인율(인구 1000명 당 혼인 건수)은 지난 2021년 3.8로 지난 2012년 6.5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요. 전체 혼인 건수도 2019년 약 24만 건, 2020년 약 21만 건, 2021년 약 19만 건으로 매년 감소세예요. 이번 협업을 통해 GS25는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장할 수 있고, 가연은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겠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유튜브)

◼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공간으로의 탈바꿈

복합은 두 가지 이상을 하나로 합친 것을 의미해요. 공연, 전시, 체험 등 여러 가지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죠. 복합문화공간은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의 한 전략이기도 한데요. 기업은 소비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미지나 메시지를 한 공간에 표현하고,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죠. 또한, 이곳을 찾는 잠재적인 소비자까지 끌어들여 반응을 파악하고, 다음 마케팅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겠죠?

공연, 영화 업계에서도 공간(Space) 마케팅을 주목하고 있어요. 브랜드는 고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해 고객의 감각을 자극하고, 고객은 그 공간을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호감을 높일 수 있게 만들어주죠.

지난달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거장 손드하임의 작품, 스위니토드가 공연 중인데요. 지난달 롯데컬처웍스와 영화 스토리텔링 중식당 몽중식이 손을 잡고 스위니토드 컨셉트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 뮤지컬 스토리텔링 레스토랑 몽드샬롯을 오픈했어요.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 자연스럽게 공간에 몰입되고, 스토리텔러의 설명을 곁들인 특별한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죠.

약 2주 정도 운영된 12월에만 1051명의 고객이 방문했고,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는 83%가 재방문 의사를 표했다고 해요. 지난 9일에는 롯데홈쇼핑 엘라이브에서 몽드샬롯 식사권을 단독으로 판매하기도 했는데, 2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고요. 공식 SNS 계정에는 스위니토드의 배우들의 몽드샬롯 방문기를 영상으로 전하며 홍보했어요.

(사진=LG전자 유튜브)

LG전자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복합문화공간을 열고 전통시장 활성화에 나섰어요. 금성전파사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를 주제로 한 레트로 컨셉트의 복합문화공간인데요. 금성사 시절 흑백 TV, 냉장고, 세탁기부터 최신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컨셉트로 운영 중인 이곳에서는 오락실 게임, 방탈출 프로그램, 폐가전을 활용한 리사이클링 팔찌 만들기 등 나만의 굿즈도 제작할 수 있죠. 평일에는 하루 1700명 이상이 찾고 주말에는 두 배 이상의 방문객에 몰린대요.

◼ 신선한 조합의 만남, 신제품 출시

최근 게임업계는 다양한 산업군과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고 있어요.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관련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죠. 게임업계는 자사의 IP(지식재산권) 확장에 용이하고, 협업 상대는 해당 게임 유저들에게 브랜드·제품을 홍보를 할 수 있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주류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던 술은 '원소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오픈 첫날부터 원소주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출시 1주일 만에 20만 병이 완판됐죠. 엔씨소프트는 원스피리츠와 최초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고 원소주 클래식 리니지 W 에디션을 출시했어요.

두 브랜드는 성공, 승리, 미래를 향한 소망의 가치를 공통으로 추구하는데요. 협업을 통해 이러한 가치관을 보다 또렷이 전달할 수 있으리라 판단해 기획하게 됐다고 해요. 원소주 클래식 리니지 W 에디션은 온라인에서 판매 첫날 1분 만에 총 1만4000병이 완판됐는데요. 브랜드의 세계관을 연결한 '혈맹원(血盟 WON) 팝업스토어'에서도 준비한 수량인 총 1만5000병이 팝업 기간인 4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대요.

(사진=생활맥주 제공)

MZ세대로 불리는 2030 소비자의 경우 등장만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주류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어요. GS25가 선보인 버터맥주의 연령대별 매출 구성 비중을 보면, 2030 소비자가 매출의 86%를 차지할 정도거든요. 주류 업계는 차별화된 주류로 매출 증대를 꾀하고자 이색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생활맥주는 지난해 9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과 협업해 단독으로 맥주를 출시했어요. 불편한 편의점은 1권, 2권을 합쳐 밀리언셀러에 오른 책이에요. 힐링 서적으로 평가받는 책과 함께 하루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맥주 한잔을 연결지어 협업을 기획했는데요.

신제품은 책 2권에 등장하는 ALWAYS BEER를 재현했어요. ALWAYS BEER는 책 속의 표현인 '쌉쌀한데 시원한 맥주 맛'을 쌉쌀한 독일 홉으로 양조한 맥주죠. 제품은 생활맥주 주요 매장에서 한정판으로 판매됐고, 주문한 고객에 한해 저자 김호연 작가의 북토크에 초대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사진=널디 홈페이지)

패션업계는 2030 세대를 주 타깃으로 그들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다각화하는 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물량이 정해져 있는 한정판으로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타깃이 다른 브랜드와 협력해 재미있고 이색적인 상품을 선보이고 있죠.

스트릿 패션 브랜드 널디는 2022년 한글날 맞아 나태주 시인과 협업한 특별 한정판 신제품을 출시했어요. 널디의 품새 운동복(트랙 세트)에는 훈민정음체로 표현된 널디 한글 로고를 넣고, 우리나라 전통의 오방색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늬를 넣어 제작했죠. 모자와 반팔 상의에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화를 넣어 특별함을 강조했어요.

널디는 'Make your way'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을 지지하는데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나태주 시인과의 널디의 만남은 브랜드 메시지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사례인 것 같아요.

(사진=쿠첸 제공)

국내 스트릿 패션 브랜드 피지컬에듀케이션디파트먼트(PHYPS)와 주방 가전 전문 브랜드 쿠첸이 만나 '건강한 식생활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협업을 진행했어요. 두 브랜드는 갈수록 쌀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을 2030 세대에 알리고, 바쁜 생활 속에서도 건강한 식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어요.

'건강한 집밥을 요리한다'는 컨셉트로 밥솥, 고무장갑 등 14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는데요. 메인 상품인 쿠첸 121 ME 밥솥은 타깃에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많은 점을 고려해 소형 밥솥을 주력 제품으로 선정했죠. 후드티, 모자, 앞치마에는 귀여운 밥알이 아트웍으로 표현된 게 포인트예요.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업체는 이슈를 만들어야 하고, 그 일환으로 오늘 소개한 것과 같은 참신한 컬래버레이션도 많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구두약 초콜릿, 매직 음료, 우유팩 샴푸 등 펀슈머 식품과 화장품이 안전사고 문제로 논란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죠. 문제가 된 전례로 인해 현재는 생활용품 등으로 오인할 수 있는 식품 등의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고요. 재미있는 컬래버레이션도 좋지만 안 좋은 이슈는 조심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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