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공공서비스] ②방향 없이 달리면 한계 분명...명확한 사업 정립 필요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1.18 12:00 | 최종 수정 2023.01.20 13:00 의견 0

공공부분에 메타버스 플랫폼 서비스가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도입됐다. IT 강국의 위상을 떨쳤을 뿐 아니라 4차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현상으로 주목된다. 이에 따른 의미와 우려되는 부작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방향 없이 달려가는 메타버스 사업의 한계

다분야에서 메타버스가 도입되고 있지만 이런 시류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여전하다.

메타버스를 시기상조라고 보는 이들은, 메타버스에 대한 일반인들의 저조한 참여율과 거부감을 이유로 꼽는다.

22년 6월에 JTBC는 메타버스 음악 페스티벌 ‘뉴페스타’를 선보였다. 윤종신·이상순·거미·윤도현·박정현 등이 가상 공간에서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1%를 넘지 못했다.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TV 시청자들의 반응이 아쉬운 결과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3D 아바타는 실제 사람보다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중년 세대 이상에게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실과 가상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사진=교보문고 제공)

젊은 세대에만 포커스를 맞춘 메타버스 도입이, 소비 영향력을 가진 시니어 세대를 등한시함으로써 기업 성장의 주요 동력을 놓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MZ세대·알파세대를 '미래의 핵심 소비자'로 규정하고 '그들이 좋아할만한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매몰된 감이 없지 않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신기술을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 제공은 자칫 막강한 소비 영향력을 가졌으나 디지털 활용에는 서툰 5070 시니어 세대를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에서 출간한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 에이지 프렌들리>는 "MZ 세대는 트렌드를 주도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실제 강한 소비력을 가진 건 바로 5070세대, 즉 시니어 세대"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세계는 점점 더 빠르게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기에 비즈니스 활로를 모색하려면 기업은 시니어 세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돈으로 무장한 시니어 세대가 금융, 문화, 패션, 라이프스타일, 의식주, 사회구조와 제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시니어 세대가 무엇을 갈망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야만 향후 10년간 시장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선진국에서는 아예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노인 친화적) 인증제도’까지 도입되고 있다. 고령층이 가기 좋은 레스토랑과 시니어 친화적인 도시, 서비스, 상품 등에 인증마크를 붙여주는 제도다. 책에서는 "이 인증을 받은 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매출이 증가했다."며 시니어 소비자를 잡아야 하는 이유를 재차 강조한다.

거스를 수 없는 인구 고령화 시대에 시니어 층의 중요성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었다. 기업과 정부 부처 및 지자체들이 각자의 이용자층을 이해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신기술과 젊은 층 중심 운영에만 매몰된다면, 경제·문화 소비의 실세인 시니어 층을 놓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사진=메타 홈페이지)

명확한 사업 방향 없이 메타버스를 도입한 대부분의 기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서 사명을 메타로 변경하고 '소비자들에게 메타버스 서비스와 체험 기회를 확장'하는 것을 신규 사업 방향으로 잡았다. 인터넷의 다음 세대는 가상과 현실을 잇는 메타버스라는 인식 아래 메타버스의 대중화에 매진했다. 이 같은 메타의 공격적인 행보는 미국의 거대 IT 기업들을 자극하며 메타버스 열풍을 촉진했다.

하지만 메타는 사명을 바꾼 지 1년 만에 메타버스 사업 실패라는 성적표를 얻고 말았다. 구체적인 수익 모델과 방향성 없이 추진된 메타버스 사업은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직원 감축과 주가 하락이라는 결과만 초래했다.

메타버스 사업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기는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기업들이 메타버스 사업을 표방하고 나섰지만 가상 공간에 아바타를 구현하는 것 말고는 내세울 게 없다.

삼성전자가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와 개발한 '스마트 TV NFT 플랫폼' 사례나 현대자동차가 메타콩즈 NFT 브랜드와 협업해 구축한 ‘메타모빌리티’ 같은 사례도 있긴 하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의 소식을 제외하면 비즈니스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 소식은 미비하다.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트렌드에 휘둘려 성급히 진입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한다.

(사진=픽사베이)

■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신기술에 대한 환상

메타버스 형태로 제공하는 고객 경험이 현재 인터넷 수준에서 제공하는 것을 대체할만한가도 계속되는 논란거리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소통이 Zoom을 통한 소통보다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차별적 성과를 가져오는가? 이용자 입장에선 '그렇다'는 답을 시원하게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메타버스를 도입하기 위해 적지 않은 물적·인적 자원을 투입하지만, 그에 따른 소비자 효용성은 미지수인 것이다.

영국의 게임 비평 미디어 'PC게이머(PCgamer)'는 칼럼을 통해 "메타버스는 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존재했으며 지난날의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VR 챗과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메타버스는 마케팅을 위해 기존의 기술을 다르게 표현한 단어일 뿐'이라는 것이다.

신기술이라는 환상에 쌓여 긍정적인 면만 조명하느라 메타버스의 실상을 왜곡해온 것은 아닌지 고찰하게 하는 대목이다.

홍콩의 블록체인 기업 애니모카 브랜드 산하의 비 미디어(Be Media)의 CEO 조단 포가티는 “NFT나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해야 한다. 커뮤니티가 무엇이며, 왜 관심을 가지는가? 왜 브랜드와 시간을 보낼까?”라고 했다.

기업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을 망각한 채 기술 탑승에만 골몰하면 자칫 더 큰 기회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 신흥 기술에 대한 환상을 벗어나 그 기술이 자사의 브랜드와 고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기술 없이는 디지털마케팅을 말할 수 없는 지금이야말로, 마테크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평가하여 '도입의 당위성'을 분명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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