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은 사회악 플랫폼?' 美, 틱톡 전면 금지 상정 계획

┃틱톡, SNS 바이럴의 양면을 가진 플랫폼일 뿐
┃패권 다툼에 타깃되는 틱톡, 그 안에서 활동하는 기업들도 영향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1.24 10:00 | 최종 수정 2023.02.02 12:56 의견 0
(사진=틱톡)

틱톡이 미국에서 퇴출된 화웨이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공화당의 홀리 상원의원은 '틱톡이 미국민의 생활에 침투하여 어린이들의 프라이버시와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 내 틱톡 전면 금지안을 발의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가 발표한 '글로벌 앱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22년 1분기 기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1위는 틱톡이었다.

스토어별로 최다 앱 다운로드 국가는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미국이 19억2000만 회로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인도가 65억8000만 회로 1위를 차지했다.

각 스토어에서 최다 앱 이용률을 자랑하는 두 국가는 공교롭게도 정부적 차원의 틱톡 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국가에도 포함되어 있다. 시장 분석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종합하여 "미국이 발의한 '틱톡 전면 금지안'이 통과한다면 일반 사용자들의 이용까지 제한되므로, 틱톡의 강점이었던 세계적 파급력과 위상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자료=ABC News)

■ 콘텐츠 파급력이 낳은 독(毒), '절도 챌린지'

미국의 틱톡 금지 법안에는 경제·정치 이슈가 녹아 있다. 그러나 국가 간 패권 싸움을 차치하더라도 홀리 상원의원이 주장한 '젊은 세대의 행동과 가치관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력'이 틱톡의 논란거리 중 하나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작년부터 미국 내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절도 챌린지'가 한 예다.

미국 전역에선 교내 작은 비품부터 컴퓨터, CCTV 그 외 대형 시설물까지 훔치는 '사악한 도둑질'(devious licks)'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 교내 물품 절도를 인증하던 이 챌린지는 점차 수위가 높아져 이젠 교내 밖 타인의 재산을 대상으로도 자행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악한 도둑질 챌린지'의 타깃은 현대·기아차다.

(자료=ABC News)

틱톡커들은 '엔진이모빌라이저(도난방지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2011~2021년형 기아차와 2015~2021년형 현대차를 대상으로, 차량을 훔치거나 도로에서 사고를 내는 영상을 찍어 배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22년도 미국 내 차량 도난 신고는 전년 대비 767%가량 증가했는데 도난 차량의 6분의 1이 현대·기아의 차량들이었다.

'사악한 도둑질'은 틱톡의 성공 요소였던 '협업 의식'과 '극단적인 알고리즘'에 악의적인 사용자 행동이 더해지면 '범죄의 놀이화'라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인 예가 되었다.

2019년 뉴욕타임스는 틱톡의 성공 비결을 조명하면서 "틱톡은 이용자들에게 뭔가를 보여준다"라는 점에 주목했다. 틱톡은 Z세대를 충분히 끌어들이고 그들의 협업을 끌어낸 후 협업의 목표이자 성과물을 다른 집단에 극단적으로 노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모든 작업이 철저한 알고리즘에 기반한다는 것은 틱톡의 기초체력이자 진정한 파괴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면에선 틱톡의 위험성이 허구만은 아님을 상기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현대·기아차 소유주들이 두 업체를 상대로 집단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차주들은 "기아와 현대차는 10대들이 훔칠 수 있을 만큼 설계상 결함이 크다는 것이 밝혀졌다"라며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두 업체는 "차량 소유주들에게 핸들 잠금장치를 지원하고 있고 피해 차량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출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 강구에도 불구하고 두 업체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와 경제적 손실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기업의 통제력이 닿지 않는 환경에서 사용자에 의해 브랜드 경험이 축적되는 틱톡의 장점이, 자칫 기업의 위기로 역전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틱톡의 이 같은 사례는 언제, 어떤 브랜드에게든 닥칠 수 있다. 그러므로 틱톡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과 브랜드는 SNS 바이럴의 '영향력'과 '파괴력'이 한 끗 차이임을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에 따른 내실 정비와 캠페인 수립이 가능하고 예상 못 한 상황에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현대자동차 공식 유튜브 채널)

■ 미·중 패권 싸움에 등 터지는 틱톡

SNS 사용자의 문제적 활동을 플랫폼 자체 문제로 동일시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접근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틱톡을 '사회악 유발 플랫폼'으로 취급하며 전면 금지하려는 미국의 태도는 정치색을 포장한 '눈 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는다.

'사악한 도둑질' 챌린지의 타깃이 되기 전 현대자동차의 상황을 봐도 그렇다. 이 사건이 있기 한 해 전만 해도 틱톡에서 현대의 위상은 달랐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글로벌 수소 캠페인’을 진행하며 틱톡을 통한 공익성과 브랜딩을 입증해낸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었다.

당시 진행한 캠페인은 전 세계 MZ세대를 타깃으로 탄소중립의 개념과 혜택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틱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 챌린지는 일주일 만에 창여 영상 50만 건 이상이 제작되고 조회수는 20억 회를 달성했다. 캠페인 이후에도 사용자 참여가 이어져 140만 건이 제작되었고 58억 회를 달성했다.

이때만 해도 현대자동차는 자신들이 틱톡 챌린지의 타깃이 되어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틱톡포굿 캠페인 (사진=틱톡)

틱톡을 통한 선한 영향력 파급이 가능하다는 것은 '#틱톡포굿앰버서더'에서도 엿볼 수 있다.

틱톡포굿 엠베서더란 친환경·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 경영)에 관심 있는 MZ세대가 모여 캠페인에 참여하고 트렌드에 맞게 콘텐츠를 제작하여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단체를 의미한다.

이들은 친환경 실천 챌린지, 자살예방 캠페인, 기부 캠페인 등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사회적인 문제를 틱톡에서 알리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공유한다.

틱톡 포 굿 캠페인은 이러한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비영리 단체 및 기관과 협력해 젊은 연령대가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만들고 있다.

또한 세계자연기금, 국제보존협회, 기브인디아, 영국올림픽협회, 적십자,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 등 세계적인 비영리 단체들과도 제휴를 맺고 공익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렇듯 틱톡이기에 가능했던 캠페인 성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틱톡은 국제정세에 얽혀 그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 21년도에 인도가 틱톡을 영구 금지 조치한 데 이어 미국까지 일반인의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면, 틱톡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 영향력도 다소 축소될 여지가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틱톡 사용이 금지될 경우, 틱톡은 중국 문화권과 국내에서만 쓰게 될 것이고 미국에선 틱톡과 비슷한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워드와 한글을 함께 쓰듯, 국내 기업들이 전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려면 미국판 ‘틱톡’과 틱톡을 함께 써야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중국발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바람잘 날 없는 틱톡이 자구책을 찾아 글로벌 플랫폼의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까. 틱톡 관련 법안의 행보는 글로벌 MZ세대를 대상으로 틱톡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각 나라의 타깃층을 공략하기 위해 틱톡 외의 새로운 채널을 탐색하고 정착해야 하는 수고가 추가된다면 마케팅 효율 저하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싸움에 끼인 틱톡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기업들.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것은 틱톡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사이에서 새우등 터지는 것은 틱톡 안에서 사용자들과 소통하고 성장하고 생존해야 하는 기업들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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