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이슈] 체리슈머를 잡아라…달라지는 기업들의 서비스 전략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2.02 08:00 | 최종 수정 2023.02.02 15:54 의견 0
(사진=당근마켓 화면 캡처)

최근 지역 커뮤니티, 오픈톡방에는 비용을 n분의 1로 나눠 같이 물건을 구매하거나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함께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해요.

당근마켓의 '같이사요' 서비스 이용 건수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관악구에서만 론칭 첫 달(2022년 7월) 대비 137%가 늘었다고 하는데요.

고금리, 고물가 시대로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재료와 생필품 등을 나눠 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불황이 지속되며 공동구매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요. 한 해의 트렌드 전망을 담은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도 이런 현상을 주목하기도 했죠.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실속 있는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계획적이고 알뜰하게 소비하는 체리슈머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을 캐치한 기업들은 이들을 겨냥한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레퍼런스에서는 체리슈머의 등장 배경과 특징을 살펴보고, 기업들은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사진=픽사베이)

■ 체리슈머, 어떤 사람일까?

체리피커(Cherry Picker)는 케이크 위에 올려진 체리만 쏙 빼먹는 행위에서 나온 말인데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고 혜택만 누리는 소비자를 말해요. 예를 들어 신용카드를 발급하면 주는 혜택만 누리고 카드를 해지하거나, 사은품을 받기 위해 상담을 받고 실제 계약은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체리슈머(Cherry-sumers)는 체리피커(Cherry Pick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데요. 한정된 자원에서 비용 대비 효용이 뛰어난 것을 골라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인 소비자를 말해요.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체리피커와 달리, 체리슈머는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의 범위를 넓게 보고 실속을 챙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돼요.

이들은 자신의 소득이나 처한 상황에 맞춰 계획적으로 소비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지출을 해요. 무조건 안 쓰고 아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싶을 때는 한정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해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소비를 한답니다.

전문가들은 체리슈머의 등장과 증가의 배경으로 인플레이션과 1인 가구의 증가를 꼽고 있어요.

(사진=홈플러스 제공)

■ 체리슈머 소비 ①필요한 만큼 사는 '조각 전략'

조각 전략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소량 구매하는 것을 말해요. 꼭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사서 지출을 최소화하는 거죠.

1인 가구는 대량으로 장을 보는데 부담을 느끼다 보니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소소익선(少少益善)을 지향하는데요. 대용량으로 사면 가격 측면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남거나 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에요. 근거리 편의점에서 알뜰 쇼핑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죠.

편의점과 대형 마트에서는 1인 가구도 부담 없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용량·소포장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작은 사이즈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다양한 상품이 출시됨에 따라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는데요! 주요 편의점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신선식품 브랜드를 론칭하고, 대량으로 장기간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팔던 대형마트는 소규모 가구를 공략하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요.

CU는 지난해 6월 소포장 채소 시리즈 싱싱생생을 론칭했어요. 마늘, 대파, 감자 등 자주 먹는 채소 15종을 1~2끼 양으로 소분한 상품을 파는 건데요.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1, 2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해 채소 가격은 최소 900원에서 최대 4500원 수준으로 구성했어요. 또한, 90g 용량으로 이뤄진 소용량 반찬 전문 브랜드 반찬한끼도 출시했죠. 세븐일레븐도 1~2인용 소용량 상품으로 구성한 세븐팜(Seven Farm)을 내놓고 야채, 과일, 육류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홈플러스는 농산·축산·수산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약 20개 이상의 소용량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밀키트와 델리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해 상품을 확대했고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즉석조리 식품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96%, 1인용 소용량 상품 매출은 224%로 증가했다고 밝혔어요. 지난해 주목받았던 소식좌 열풍도 판매량 증가에 한몫했다고 해요.

(사진=피클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 체리슈머 소비 ② 함께 구매하는 '반반 전략'

반반 전략은 혼자서 비용을 지불하기 부담스러울 때 여러 사람이 함께 구매하고 비용을 나누는 것을 의미해요. 이러한 소비 형태는 최근 오픈 채팅방이나 여러 커뮤니티가 생기면서 활성화되고 있어요. 꼭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 맞는 사람 몇 명만 더 있으면 되니까요.

넷플릭스, 웨이브, 디즈니+ 등 여러 OTT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는 하나씩 있는데 그렇다고 모든 OTT 서비스를 다 구독할 수도 없는 노릇. 최근에 이런 구독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원하는 OTT를 선택하면 자동으로 사람을 매칭해주고 계정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플랫폼도 등장했고요.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을 넘어, 공동 구매를 목적으로 일정 인원이 모이면 할인된 금액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도 출시됐어요.

공구마켓은 방송인 전현무씨, 웹툰 작가 기안 84씨가 모델로 나와서 "나 혼자 안 산다~"라는 광고로 진한 인상을 남겼던 곳이죠. 이 서비스는 2명만 모이면 바로 공동구매가 가능한 플랫폼이에요. 지난해에는 라이브 경매 서비스를 선보였는데요. 소비자가 입찰을 통해 가격을 정하고 해외 명품, 한정판 상품 등 희소가치가 높은 제품들을 초특가로 구매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대요.

올웨이즈는 팀 구매로 쇼핑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상품별로 일정 이상의 팀원이 모여 정해진 구매 수를 달성해야 배송이 이루어지는데요. 메신저나 소셜 채널을 통해 가족, 친구 등을 팀으로 초대해서 빠르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여성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올해 1월 기준 이용자 수가 400만 명을 넘었다고 해요.

(사진=LG유플러스 공식 유튜브)

■ 체리슈머 소비 ③자유롭게 선택해서 계약하는 '말랑 전략'

말랑전략은 필요한 만큼만 계약하는 것을 말해요. 자유롭게 해지 가능한 단기 계약을 선호하는데요. 예를 들며느 구독 서비스의 할인 유혹을 떨쳐내고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가 있는 달에만 OTT 서비스를 구독하며 주기적으로 낭비되는 돈을 줄이는 거죠.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 형태에 대해 맞춰 ▲자유로운 구독(해지 및 변경) ▲유연한 환불 정책 ▲소비자 맞춤형 보험 출시 등을 내놓고 있어요.

LG유플러스의 구독 서비스 '유독'은 매달 원하는 구독 서비스를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어요. 어떤 달은 드라마를 보고 싶다가 어떤 달은 자기 개발을 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OTT, 요기요, 쏘카 등 30개 이상의 상품 중에서 원하는 걸 고르고 언제든 약정 없이 해지할 수 있는 특징이 있죠. 어떤 상품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요금과 할인율이 달라져서 그 달의 지갑 사정에 따라 다르게 조합해 볼 수도 있어요.

쿠팡트래블은 지난해 7월 100% 환불 보장 서비스를 론칭했어요. 하루 전에 예약한 곳을 취소해도 100% 환불을 해주는 건데요. 보통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예약을 취소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위약금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해요.

삼성화재는 실제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온오프 미니운전자보험을 출시했어요. 이 상품은 1년 만기형 상품으로 보장가능주행거리를 5,000km 또는 1만 km 중 선택해서 가입하면 되는데요. 해지하거나 만기가 됐을 때, 처음 선택한 보장 가능 주행거리에 비해 적게 타면, 남은 만큼의 보험료를 돌려받는다고 해요.

캐롯 손해보험에도 매월 탄 만큼만 결제하는 퍼마일 자동차 보험이 있어요. 운전량이 적은 달에는 보험료를 적게 낼 수 있죠. 가입 갱신율은 90.1%로, 가입자 10명 중 9명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있대요. 출시 2년 6개월 만에 누적 가입 건수는 80만 건을 돌파하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어요.

최근 관리비 폭탄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기, 가스 요금이 올랐다는 사실을 몸소 느끼는 분들이 많을 거에요. 먹거리부터 대중교통 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되어 있고요. 점차 효율적인 소비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길 원하는 체리슈머 소비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에요. 기업이나 브랜드 입장에서는 이런 체리슈머들이 특정 관심 분야별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핀셋 마케팅을 펼치거나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뉴디맨드 전략을 펼치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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