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자율규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고민하고 강화돼야

┃산업에 대한 이해 없는 플랫폼 규제는 소비자 피해 초래해
┃플랫폼 자율규제의 전제는 '신뢰'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2.24 11:32 | 최종 수정 2023.02.28 11:32 의견 0
23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플랫폼 자율규제와 소비자 보호 토론회’ 현장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편익을 증대하는 데는 자율규제가 법적규제보다 효율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23일 서울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플랫폼 자율규제와 소비자 보호 토론회’에서는 산업계와 학계, 소비자 단체가 모여 플랫폼 자율규제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그것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서비스를 완전체로 진화시켜나가는 것에 있다"면서 "정부가 해당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상태로 규제를 시행할 경우 그 기대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므로 자율규제를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 입안자 및 집행자와 시장 행위자 사이에 전문성의 격차가 큰 경우 ▲다른 대체 제품·서비스로의 이동이 자유로운 경우(멀티호밍) ▲소비자의 항의나 불만표시에 즉각적 개선이 가능한 영역에서는 법적 규제보다 자율규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플랫폼 산업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플랫폼에 법적규제를 적용할 경우 행정 비용 등의 원가 상승 요인으로 수수료 인상 및 상품 가격 전이로 이어져 소비자 잉여 감소가 1.1조~2.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플랫폼 시장에 법적규제를 우선 적용할 경우, 스타트업 및 소규모 입점 업체의 행정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상거래 다양성과 새로운 시도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 선택이 제한되는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이날 토론회에는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가 '플랫폼의 자율규제의 성공사례'를 발제했다.

이 이사는 "배달의민족에서 리뷰란,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필수 기능이자 정보 제공을 핵심으로 삼는 플랫폼의 본질적인 서비스"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업 내 대표적인 자율규제 사례로 ▲리뷰운영정책 ▲식품안전협력강화를 위한 협약 ▲위생등급제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특히 ▲추천수 리뷰정렬, ▲이용자의 리뷰 성향 등을 고려한 통계표시, ▲체계적인 리뷰운영정책 마련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 이사는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불법적 요인을 가진 리뷰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패턴을 확인해, 실제 인정되면 고발 조치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믿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법이나 규제를 만들 때 악성 콘텐츠를 어떻게 고려할까에 초점을 맞추면 헌법적 가치로 중요시하는 표현의 자유, 이용자 권리 등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그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방의 원칙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악성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제거될 수 있도록 소비자가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기업은 경쟁 속에서 소비자 선택을 통해 이익을 만들어가는 걸 목표로 삼는다”며 “배달의민족 안에는 사업자·소비자·파트너들이 얽혀 있다. 이들 모두의 권익을 가져갈 수 있는 방향이 법적규제인가 자율규제인가는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오은 온라인쇼핑협회 중개자 자율준수위원회 위원장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이오은 온라인쇼핑협회 중개자 자율준수위원회 위원장은, 소비자 권익 강화 및 공정한 상거래를 위해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들을 정하고 6개월 단위로 이행 실태 점검을 하는 협회 운영 내용을 발표했다.

토론 세션은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박신욱 경상국립대 법학과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의 지난 온라인 플랫폼 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유럽의 입법 방향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면서 유럽이 플랫폼 시장에 대응하는 방안을 우리에게 동일하게 가져오는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합쳐도 50%를 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선 국내 플랫폼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애 고민하는 것이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혜련 경찰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과 관련해 ▲독과점 ▲개인정보보호 ▲다크패턴(소비자 기만행위)을 중요한 논의사항으로 꼽았다.

정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과 기술의 고도화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기만적 행위가 늘고 있다. 이를 마케팅 전략과 기만적 행위의 경계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방지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다크패턴 중에 최근 나온 VONAGE 판결을 예시로 들어 미국이 소비자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는 경쟁정책을 펼치고 있음을 소개했다. 또한 일본에서 나온 P2B, P2C 법은 소비자를 보호하고 시장 경쟁을 강화하는 측면이 함께 강조되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디지털 플랫폼은 어느 나라건 비슷한 이슈를 갖고 있지만 접근하는 시각은 국가별로 다르다면서, "무조건 유럽의 법안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그 법안이 세워지게 된 국가의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서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한 뒤 도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는 '국가적으로 DAS(Digital Services Act, 디지털서비스법), DMA(Digital Markets Act, 디지털 시장법)는 사회적 환경에 맞춰 발전하고 도입 정착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디지털 플랫폼 산업에 대한 현재 국내 시장의 이해가 어디에 닿아 있느냐와도 이어지는 부분이라고 했다.

특히 플랫폼 서비스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는 현황을 짚으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통적 요건으로 DAS, DMA를 제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규모와 정교함의 차이는 있겠으나 플랫폼을 운영함에 있어서는 이를 대원칙으로 두고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 조 상임대표의 입장이다.

자율규제가 잘못 적용되면 오히려 소비자 보호를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법적 규제가 보조적인 장치가 되어 자율 규제의 수행을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조 상임대표는 "자율규제가 잘 돌아가려면 기업과 협회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플랫폼 산업이 그렇다고 말하긴 시기상조인 면이 있다"면서 "현재는 기업과 단체, 산업계,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 김세준 경기대 법학과 교수, 정혜련 경찰대학교 법학과 교수, 박신욱 경상국립대 법학과 교수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김세준 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자율규제는 단일 개념이 아닌 넓은 스펙트럼으로 바라보고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규제가 신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 일정한 독과점 자체를 강제하기보다 그에 따른 데이터 수집과 이용, 시스템 이용 방식, 공정성, 합리성, 이슈 대응 방식 등을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즉, 특정 행동의 규제가 아니라 특정 행동을 제대로 준행할 수 있도록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개별 사업자 수준에서 자율규제를 마련하기보다 사업자단체나 협회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자율규제는 완결되고 고정된 개념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변화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면서 온라인 플랫폼 산업을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일률적인 자율규제 거버넌스를 관철하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일정한 구조와 방향성을 공적 주체가 설계한 후, 시장 행위자에 자율규제 방법 실행을 요구하는 건, 기존 하향식 규제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면서 "시장의 상황과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업종별 혹은 규제 쟁점별로 적합한 형태의 자율규제를 채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왼쪽부터 조윤미 미래소비자행동 상임대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박설민 공정위 온라인플랫폼정책과 과장 (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자율규제의 실효는 기업 리더의 의지와 방향성에 좌우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플랫폼 스스로 내부 감시와 책임이 점철됐을 때 온전한 자율규제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서 자율규제의 기본 전제는 '신뢰 확보'라면서, "기업과 협회·단체 간에도 다른 이해를 가진 상황에서 자율규제만으로 플랫폼과 관련된 많은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민간 차원의 자율규제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외부적인 틀은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기술 영역 ▲소비자 피해 구제 ▲소비자 선택권 강화 측면에서 자율규제가 정비·강화돼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설민 공정위 온라인플랫폼정책과 과장은 플랫폼과 사업자(중소기업/소상공인)의 관계, 플랫폼과 소비자의 관계에서 자율규제를 바라봤다.

독과점 문제는 플랫폼과 사업자 관계에 얽힌 문제로, 중소상공인들과 소비자 희생이 전제된다. 그렇기 때문에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그에 반해 플랫폼과 소비자 사이에서 불거지는 갑을관계나 소비자 이슈는 이해당사자끼리 소통의 여지가 있는 영역이라면서 '정부가 민간 이해당사자들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자율규제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자율규제의 전제는 신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플랫폼 사업자 스스로 선택하고 준행하는 것이 자율규제"라는 학계의 주장과,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만큼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고 기업만을 위한 규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정부 개입도 필요하다"는 소비자 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좌장을 맡은 서희석 교수는 "개별 플랫폼이 우선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율규제를 마련하고, 부족한 부분을 협단체를 중심으로 메워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양측의 입장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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