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 변호사
최근 식약처에서 ‘버터맥주’로 불리는 ‘뵈르(BEURRE)맥주’에 버터가 들어 있지 않으면서 프랑스어로 버터라는 뜻의 뵈르(BEURRE)를 사용하여 표시광고법를 위반하였다는 취지로 행정처분에 앞서 사전통보를 하였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에 ‘곰표맥주’에는 곰이 들어 있느냐, ‘고래밥’에는 고래가, ‘붕어빵’에는 붕어가 들어 있으냐면서 식약처의 태도를 비판하는 태도의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최근에 버터가 고지저탄 다이어트의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버터맥주’는 ‘방탄커피’와 같은 인상을 주며, 그 판매 촉진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식약처에서도 이러한 점 때문에 제조정지 등 행정처분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버터맥주’의 판매처에서는 앞으로 행정처분이 내려지면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건에 앞서 참고가 될만한 판례가 있는 바, 소개하려고 합니다.
■ “상표권 이용 광고는 정당한 권리, 부당광고 아냐”
이 사안은 거짓광고에 관한 쟁점 외에도, ‘상표’를 사용한 광고가 부당 표시광고가 될 수 있는지 또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버터맥주’의 ‘뵈르(BEURRE)’가 상표로 등록되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정당하게 상표를 표기하여 광고한 것이 어떻게 부당 표시광고가 될 수 있느냐는 반박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하는 경우에도 소비자에게 오인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이를 사용하여 광고하였다면, 부당 표시광고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소개할 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6860 판결은 ‘천연(泉淵)사이다’에 관한 것입니다. 천연이라고 하면, 천연(天然), 즉, 자연 그대로의 것이라는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천연사이다의 천연은 샘 또는 못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사이다를 제조 판매한 회사인 ‘㈜초정약수’는 천연(泉淵)을 상표로 등록하였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천연사이다를 홍보함에 있어, 천연사이다를 한글로 크게 표시하고, 한자 泉淵은 작게 표시하였습니다. 또한 영어로 ‘Mineral Water’라고 쓰면서 ‘Cider’를 아래에 분리하여 표시하였으며 ‘천연사이다시대 개막선언’이라는 표제를 광고하였습니다.
원심인 고등법원판결에서는 위 사안에 대하여 글씨를 일부 크고 작게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표권의 정당한 권리행사범위 내이므로 이를 부당광고라고 할 수 없으며, ‘Mineral Water’라고 써서 광천수로 오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래에 ‘Cider’라고 추가로 표시한 이상 소비자가 오인할 염려가 없다고 보고, 이를 부당광고로 보아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시정조치를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 “상표여도 소비자 오해 소지 있다면 부당광고”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상표를 정당하게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빙자하여 원고가 생산하는 상품이 마치 천연적으로 생산된 사이다인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허위, 과장광고행위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하였고, 한글 천연과 한자 泉淵의 글자 크기를 다르게 한 것, Mineral Water와 Cider를 분리하여 표시한 것 및 ‘천연사이다시대 개막선언’이라는 표제는 보는 사람으로 위 회사가 만든 사이다가 천연적으로 생산되는 사이다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위 판례를 살펴보면, 결국 자신이 등록한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를 하더라도, 그 로 인한 ‘소비자오인가능성’이 있다면, 그러한 광고는 부당 표시광고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버터맥주’ 또한 ‘뵈르(BEURRE)’라는 상표를 사용함에 있어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부 광고주들은 자신의 상표를 사용하여 광고한다면, 그 광고함에 있어 특별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상표를 사용하다는 것만으로 그 어떤 광고도 가능한 것은 아니며, 모든 광고에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김희연 변호사 프로필
법률사무소 사람마을 변호사(현), 사시 51회,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석사(회사법 전공), 서울남부지방법원 상근조정위원(현),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전), 강남구시설관리공단 인사위원회 위원(전), 양천경찰서, 구로경찰서, 영등포경찰서 징계위원회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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