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레이스] 2023 콘텐츠산업 포럼…"이야기 산업에서 AI는 보조작가로 함께 갈 것"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5.26 08:16 | 최종 수정 2023.05.31 08:16 의견 0
서울 광화문 CKL스테이지에서 열린 '2023 콘텐츠산업포럼' 2일 차 이야기 포럼.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달을 두고, 각 산업 종사자의 입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글과 이미지, 영상까지 만들어내는 생성 AI의 출현은 콘텐츠 시장에 위기감을 불러왔다. 한편으로는 산업마다 AI가 보일 파급 양상은 다양할 것이므로 성급한 일반화나 일률적인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4일부터 3일간 서울 광화문 CKL 스테이지에서 '2023 콘텐츠산업포럼'을 개최하고, 콘텐츠 산업이 AI에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망을 논의했다. 포럼은 크게 ▲정책 ▲게임 ▲이야기 ▲음악 ▲방송 분야로 나누어 진행됐다.

2일 차인 25일에는 'AI 시대, 이야기 산업의 전망'을 주제로 이야기 포럼이 이어졌다. ▲김선엽 대표(이크림) ▲송희구 작가 ▲오영진 교수(서울과학기술대 융합교양학부)가 연사로 참여하여 AI가 도입된 이야기 산업의 현재와 전망을 논의했다.

AI 스토리 창작 플랫폼 아나트의 사례를 소개하는 김선엽 이크림 대표.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AI 스토리 창작 플랫폼 '아나트'의 운영사 이크림 김선엽 대표는 '드라마 작가이자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아내가 겪는 창작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조작가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었다'며 서비스 출시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아나트는 작가의 자리를 대신하기보다 창작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아나트는 주제, 플롯 등 스토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을 입력하면 스토리의 초안을 작성한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는 스토리를 보완·선택하면서 이야기를 구체화 할 수 있다. 이러한 스토리 창작 툴킷의 개발과 활용은 작가의 역할과 전망 이슈를 가져왔다.

이에 김 대표는 '작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역량이 요구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더 구체화 세분화 되면 파생 직업이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야기 산업에서는 작가들이 프롬프트 엔지니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창작의 목적을 파악하고 그에 부합한 기본 프롬프트를 입력한 뒤, 산출된 이야기를 점검하고 피드백하며 작품을 견고히 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인공지능을 통한 창작과 피드백이 쉬워짐으로써 작품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저자 송희구 작가.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저자 송희구 작가는 "기술의 발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미지성은 작가들에게 두려움으로 엄습했다"면서, 챗GPT 출현에 따른 이야기 산업 종사자들의 위기감을 전했다.

하지만 챗GPT를 사용하고 오래되지 않아 모방과 조합을 통한 AI 창작물의 한계를 발견했다고 송 작가는 밝혔다.

AI가 만든 이야기는 '감정이 없는 작가가 감정을 서술하는 상황'이라고 정의한 그는, "생성 AI는 어디선 본 듯한 이야기를 대량 생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결국 양과 시간의 혁신은 가져올 수 있지만, 참신성의 혁신을 가져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이야기 산업에서도 AI에 반감을 품기보다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생산성을 높이고 작품의 수준을 높일지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인 시기다.

송 작가는 현재 인공지능이 만드는 이야기도 작가가 입력한 프롬프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언급했다. 이에 '작가는 인공지능에 창작에 필요한 값을 입력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업데이트하는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기술 초기에는 AI에 정복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들 수 있지만, 실제로는 통제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I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수업 사례를 발표하는 오영진 서울과학기술대 초빙조교수.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오영진 교수(서울과학기술대 융합교양학부)는 스토리텔링 수업에서 경험한 AI 창작의 한계와 부작용을 소개하면서, '현재의 생성 AI는 뭔가를 썼지만 써지지 않고 사라지는 만년필'이라고 정의했다.

현재의 거대언어모델 수준에서는 창작이 어렵다고 보는 배경에는 '거대언어모델이 가진 검열 기준'이 있다. 거대 언어모델은 외부의 많은 콘텐츠를 인용하는 학습 체계 탓에 많은 검수 기준에 걸쳐져 있다.

오 교수는 "이런 거대언어모델의 특성은 창작을 위한 비도덕성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갖는다"면서, "검열이 문제 되지 않거나 시간성이 가미되지 않는 창작은 가능하지만, 서사적 창작물은 아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프롬프트는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유도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AI가 내놓은 결과의 한계성을 올바로 인지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인공지능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것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음을 짚었다. 그렇기 때문에 AI의 작품을 그대로 활용하기 보다 변형·재조합 등의 기법을 활용해 작가 고유의 작품으로 풀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발표 세션이 끝난 후에는 윤혜영 교수(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가 좌장을 맡아 '학습하는 AI, 생각하는 인간의 시너지를 위한 방향'을 주제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야기포럼 질의응답에 박석환 재담미디어 이사가 답변하는 모습.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패널로 참여한 박석환 재담미디어 전략사업본부 이사는 '문화산업에서 새로운 기술과 장르의 등장은 언제나 산업계를 위축하는 위기였다'고 말했다. 현재 창작 산업에서 인공지능의 등장이 이러한 시기라면서, 앞선 위기감 대신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종사자들의 역할을 생산적으로 만들지 고민이 필요할 때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작가의 프롬프트 활용 능력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공지능의 창작 콘텐츠가 대중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까지 단계적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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