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 변호사
최근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사업자의 입점 사업자(판매자)에게 불공정한 약관을 시정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플랫폼 거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폭발적인 시장 성장세에 비해 플랫폼 사업자이 제시하는 약관의 불공정성은 개선되지 않고 여전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 약관에 시정 명령을 내림으로써 라이브커머스 및 플랫폼 서비스 시장이 건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하겠습니다.
■ 약관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약관규제법'
약관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합니다. 미리 마련한 내용의 계약, 즉 ‘사전성’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편 약관은 개별적인 교섭 없이 일률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컴퓨터 타이핑이나 수기(手記)로 쓴 것 모두 해당될 수 있는데 구술(口述)로만 한 것은 약관이 될 수 없습니다.
약관은 위와 같이 사전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이다 보니, 사업자에게 이익이 되는 내용은 다수 포함되는 반면, 그 약관 거래의 상대방에게 유리한 내용은 배제되기 쉽습니다.
이에 불공정한 약관의 내용을 통제하기 위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위 약관규제법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은 무효이다.(제6조)’라는 일반 규정을 두고 ▲계약자의 책임을 과다하게 배제하는 조항(제7조) ▲손해배상액을 부당하게 과중하는 조항(제8조) ▲공정성을 잃은 계약 해제·해지 조항(제9조) 등 불공정한 구체적인 약관 조항에 유형을 구별하여 각 무효화 한다는 내용의 개별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약관이 위 법률 조항에 위반된다면, 그 조항은 무효가 되는 것인데,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를 사전 점검하여, 각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공정하게 수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불공정 약관으로 꼽히는 조항들
구체적으로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관련하여 불공정한 약관으로 지적된 조항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23. 10. 10. 보도자료)
1. 판매자의 귀책이 없음에도 사고 발생시 모든 책임을 부담하게 하면 불공정 약관입니다.
(시정 전)
“구매자가 상품을 정상적으로 수령하지 못한 경우 판매회원은 그에 관한 모든 책임을 부담하여야 하며...”
“ … 계정정보가 타인에게 유출되어 Live 영상 스트리밍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모든 책임은 ‘창작자’에게 있습니다.”
(시정 후)
판매자의 귀책사유과 인과관계 있는 손해의 범위 내에서 책임지록 함.
2.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의 영상 등 저작물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라이브커머스와 상관없는 제3자의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저작인격권 행사를 제한하면 불공정 약관입니다.
(시정 전)
“판매자는 회사 및 회사로부터 판매자 콘텐츠에 대한 이용을 허락받은 자들을 상대로, 공표권,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을 포함한 저작인격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합니다.”
“… 회사는 회사의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운영 및 회사의 다른 서비스를 운영하고 홍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저작물의 사용권을 행사합니다.”
“회사는 … 임의의 정보통신망에 사용, 복제, 전시, 유포, 전송할 권리를 가지며, 수정할 권리를 가집니다. ”
(시정 후)
판매자 영상에 대해 내용상의 수정을 하지 않도록 하고, 본래의 용도 외로 사용하도록 하는 조항을 삭제하였으며, 필요시에 저작인격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함.
3. 불명확한 사유를 근거로 불이익을 주거나 콘텐츠 사용 범위를 변경(삭제·수정)하면 불공정 약관입니다.
(시정 전)
“다음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판매자는 회사에 대하여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 회사 또는 구매자를 포함하여 제3자와 관련하여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경우
- 그 밖의 기타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
“… 추후 발생하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크리에이터 콘텐츠 사용의 범위를 변경할 수 있고, 판매자는 변경된 내용을 준수하여야 함을 확인합니다. ”
(시정 후)
플랫폼 사업자가 판매자의 콘텐츠를 삭제·수정·사용범위 변경 처리를 할 수 있는 사유를 계약의 목적 등을 고려할 때 판매자가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시정함.
4. 모호한 사유를 들어 플랫폼 사업자가 일방적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불공정 약관입니다.
(시정 전)
“다음과 같은 사유가 확인된 경우 이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 … 대한민국 법령 또는 공서양속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경우
-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하거나 시도한 경우”
(시정 후)
채무불이행에 준한 사유 발생시에만 해지할 수 있도록 시정함.
5. 분쟁 발생시 플랫폼 사업자의 결정에 따르도록 한 조항은 불공정 약관입니다.
(시정 전)
“...판매자는 (플랫폼 사업자가 운영하는) 분쟁조정센터가 내린 결정에 따라야합니다.”
(시정 후)
위 결정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시정함.
6. 분쟁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자를 제외하라는 부당한 면책 조항은 불공정 약관입니다.
(시정 전)
“방영된 영상물로 인하여 권리침해, 법령위반 등 민·형사상 문제가 발생한 경우, 판매회원이 책임지고 회사를 면책시켜야 합니다.”
(시정 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 플랫폼 사업자가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시정함.
위 유형은 향후에도 플랫폼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약관의 내용입니다. 또한 꼭 플랫폼 사업자와의 계약 뿐만 아니라 약관에 의해 체결되는 일반적인 계약관계에서도 불공정하다고 평가되어 무효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므로 위 내용을 잘 숙지해 둔다면, 향후 불공정한 계약에서 구제를 받을 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김희연 변호사 프로필
법률사무소 사람마을 변호사(현), 사시 51회,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석사(회사법 전공), 서울남부지방법원 상근조정위원(현),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전), 강남구시설관리공단 인사위원회 위원(전), 양천경찰서, 구로경찰서, 영등포경찰서 징계위원회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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