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형 진로계획을 봇으로 돕다...미래교실구축 컨설팅 기업 쿨스쿨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2.07 06:04 | 최종 수정 2023.02.10 18:46 의견 0
쿨스쿨 오진연 대표 (사진=이찬주 기자)

고교학점제와 그린스마트스쿨 도입으로 공교육계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학부형과 학생들의 관심이 변화에 초 집중되어 있다.

그린스마트스쿨 전면 전환에 앞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고교학점제다. 올해부터 고교 1학년부터 적용되는 고교학점제는 기존 교육과정과 다르게 진로·적성에 따라 학생들이 직접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다.

고교학점제가 원활히 진행되려면 희망 진로와 그에 맞는 진출 학과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고 계획이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교과 학습에 주력해야 하는지 선택하고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제공해온 교육 현실을 생각해보면 학생들에게 갑작스러운 주도권과 선택권이 주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학교당 1명 정도 배치되는 진로진학 상담교사가 전교생을 맡아 개인 맞춤형 교과 진로 상담을 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학생들이 고교학점제에 잘 적응하고 입시에도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진로진학 계획을 자기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줘야 한다.

이러한 공교육계의 변화는 에듀테크 기업에 새로운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자극점이 되고 있다. 2022년도부터 일부 고교학점제 시행 학교에 '진로진학 컨설팅 봇'을 개발·제공하고 있는 쿨스쿨을 찾아가 얘기를 들어보았다.


■ "학생 선택에 맡겨지는 교과 이수…가이드 필요해"

쿨스쿨은 미래교실구축 컨설팅 기업으로, 전국 초중고 교사 23만 명이 사용하는 업무용 메신저 '쿨메신저'를 기반으로 성장한 콘텐츠 통합 플랫폼 회사이다.

쿨스쿨 오진연 대표는 '지금도 선택교과 수업에 참여가 낮은 학생들이 모든 수업을 선택적으로 수강하게 됐을 때 학습능률에 문제가 없을지 고민하는 교사가 많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진로에 맞는 교과 선택이 더욱 중요해지고, 이는 입시와도 직결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자기주도적 학습을 시행하기에는 학교 여건이 충분하지 않고 특히 학생들의 교과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사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에듀테크 기업인 쿨스쿨은 이 같은 학교의 고충을 반영,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교과 이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진로진학 컨설팅 봇 'AI메이저봇'을 만들었다.

AI메이저봇 키오스크 (사진=이찬주 기자)

'AI메이저봇'은 선택교과와 진로진학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원하는 직업군과 관련 분야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이다. 상세한 기능으로는 크게 ▲학과·직업 선호도 검사 ▲진로 탐색 학업계획서 ▲인지역량검사가 있다.

학과-직업 선호도 검사는 검사자의 성향에 맞는 직업군을 추천하는 '홀랜드 검사' 요약판이다. 본인에게 해당되는 특징을 선택하여 25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답변 입력이 끝나면 유사한 성향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과 학과를 추천받을 수 있다.

AI메이저봇 진로탐색 기능 시연 모습. (사진=이찬주 기자)

진로탐색 학업계획서는 학생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학과와 선택 교과를 제안하는 기능이다.

희망 직업을 선택하면 관련 직업을 다시 여덟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각 직업군에 맞는 학과를 맵 형태로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전국 모든 일반대학 학과의 커리큘럼을 분석해 학교별 유사 학과를 제시하고, 직업 검색 기능이 있어 관심 있는 직업을 기준으로 해당 직업 정보와 관련 학과 정보를 탐색할 수도 있다.

인지역량검사는, 여덟 가지 뇌 기반 인지 역량검사에 게이미피케이션을 접목한 기능이다. 앞서 탐색한 직업과 학과 정보를 기반으로, 필요한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AI메이저봇은 교내 도서목록과 연동하여 관련 도서를 추천한다. (사진=이찬주 기자)

즉, 1년에 한두 번 정도였던 기존의 진로적성검사보다 ▲접근성과 사용성이 좋아졌다는 점 ▲검사 후 AI메이저봇 프로그램 안에서 역량 강화 운동을 바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 ▲진로에 맞는 선택 교과를 제안해준다는 점 ▲교내 도서목록과 연동하여 필요한 학습 정보가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을 장점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AI메이저봇을 통해 제공받는 내용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교육과정을 반영한다기보다 지금까지 사용되어온 기성 콘텐츠를 디지털화한 것에 그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학과-직업 선호도 검사'와 '진로탐색 학업계획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공되던 것을 디지털 콘텐츠로 변환한 형태일 뿐이라 자기응답 방식을 취함으로써 발생했던 부정확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흥미검사 및 진로탐색검사는 더욱 그렇다. 습득한 정보와 경험이 한정된 청소년 검사자들이 정확히 체크하여 답을 한다고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기응답 방식의 검사 자체가 어느 정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을 때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자기 소질과 적성을 알지 못한다면, 스마트기기에 컨설팅 봇을 설치하여 제공하는 것만으로 자기주도적 교과 선택과 진로 준비에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일 수 있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접근성 향상, 콘텐츠 형식의 게이미케이션도 중요하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콘텐츠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미래지향을 추구하는 고교학점제와 미래교실 운영과 어긋날 우려가 있다.

콘텐츠를 스마트기기로 이용하게 변환한다고 해서 미래지향적 학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콘텐츠 자체가 과거의 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점은 에듀테크 기업·정부·교육부가 머리를 맞대고 개발 방향을 더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와 미래교실, 에듀테크 긴밀성에 대해 설명하는 오진연 대표. (사진=이찬주 기자)

오 대표는 "교육 정책과 마찬가지로 콘텐츠 부분도 아직은 초기 단계라 자기주도 컨설팅 서비스 정도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개인 맞춤형으로 추가 개발될 예정"이라면서, 다양한 시스템과 연동시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키오스크 형태의 도입이 학생들의 접근성 향상에 긍정적인지 궁금해졌다. 키오스크로 도입되면 학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불편은 없는지, 주변 시선에 민감한 청소년들이 키오스크 이용을 꺼리지 않을지 물었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AI메이저봇은 고교학점제 도입이 되면서 미래교실, 그린스마트스쿨이 함께 적용되는 학교에 도입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했다. 미래교실이 적용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태블릿이 제공되기 때문에 개인이 자유롭게 AI메이저봇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즉, 미래교실이 구축되기 전에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학교에서는 매우 소극적 수단으로만 활용되거나 도입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와 그린스마트 미래학교가 정착되려면 공간·서비스 ·콘텐츠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에듀테크 기업들의 주장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신현중학교 AI메이저봇 설치 후 컨설팅 모습. (사진=쿨스쿨 제공)

■ "교육 혁신, 에듀테크 서비스와 콘텐츠 변화 함께 있어야"

학생도 교사도 낯선 고교학점제와 미래학교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오 대표는 에듀테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예산 편성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고교학점제와 미래교실구축 예산 대부분이 공간 분야에 치우쳐 있다. 쿨스쿨의 AI메이저봇 같은 경우도 공간과 기자재와 콘텐츠가 함께 움직여야 제대로 된 고교학점제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육 관련 프로그램들도 공간·서비스·콘텐츠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공교육을 대상으로 한 에듀테크 기업의 분야 비중을 보면 서비스 70% , 플랫폼 13%, 콘텐츠 7%이다. 하드웨어 부문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내실을 고려하여 콘텐츠 분야의 지원이 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오 대표는, 개발자 출신의 이력을 살려 교육 현장에 필요한 에듀테크 도입을 가이드하는 데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저작권자 ⓒ 디지털마케팅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