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서재] 날카로운 직관력과 통찰력을 키우는 생각법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

이찬주 기자 승인 2023.02.23 11:31 | 최종 수정 2023.02.28 11:31 의견 0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이번 캠페인은 남들 다 하는 거 말고 아주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준비해 봤습니다.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이런 대사를 한 번이라도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 이 말에 공감하고 있다면 이번 콘텐츠는 꼭 주목해 주세요.

오늘 읽을 책은 일반 사람들과 달리 통찰력 있는 기획자는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생각하는지 다루고 있거든요.

<생각하는 늑대 타스케>는 온갖 마케팅 이론을 섭렵할 정도로 머리도 좋고, 야망도 가득한 김 대리가 국내 1위 광고 회사에 들어가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돼요. 자기 능력을 활짝 펼치는 장밋빛 미래를 예상했지만 사내 경쟁 프레젠테이션 때 타스케라는 이상한 팀장에게 패배의 맛을 보는데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론에 눌린 것이었다면 이해라도 할 텐데... 마케팅 지식의 '마' 자도 찾아볼 수 없는 허술한 기획서에 밀린 김 대리는 납득할 수 없었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가라고 했듯, 패배한 이유를 알려면 타스케 팀장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김 대리! 반전의 기회를 노리며 타스케 팀으로 자리를 옮긴 김 대리는 어떤 것을 배웠을까요?


■ 고정관념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고정관념이라고?

많은 사람이 고정관념을 싫어해요. 한 번 고정관념이 작동하면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많은 책에서도 고정관념을 떨쳐내라는 조언을 많이 하죠.

그런데 이게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사실 고정관념이 있든 없든 창의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아요. 오히려 고정관념을 잘 다루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좋은 아이디어 뱅크가 될 수 있어요!

(사진=픽사베이)

고정관념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잖아요. "바나나는 노란색이야."라고 말했을 때 아니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던가요? 바나나가 노랗다는 사실은 더 이상 재해석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이렇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고정관념이야말로 한계를 극복했을 때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

빙그레의 항아리 모양 제품이 절대강자로 자리 잡고 있던 바나나 우유 시장. 2006년에 새로운 제품 하나가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바나나가 노란색이라고? 껍질은 노란색이지만 우리가 먹는 부분은 하얀색인데.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외침은 바나나를 노란색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매우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었죠!

물론 멋진 아이디어에는 새로움이라는 요소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새롭기만 한 아이디어가 무조건 좋은 반응을 얻는 건 아니에요. 아무리 새로운 생각이라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기상천외하다면 인정받기 어려워요.

만약 바나나는 원래 빨갛다는 주장을 들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분명 '무슨 소리야. 바나나가 왜 빨개. 이상한 소리 하고 있네.' 하면서 시선을 돌리지 않았을까요?

(사진=픽사베이)

■ 각도에 따라 보이는 진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입체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잘 간파하고 통찰력이 뛰어나요. 그런데 이런 능력은 마케팅 활동을 할 때도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볼까요? 어느 지역에서 쓰레기 처리장 사업을 추진하려고 해요. 당연히 인근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죠. 최첨단 시설이라 악취 걱정이 없다는 홍보도 했고, 유치 지역에는 공공시설과 생활 편의시설도 대량으로 건설하겠다는 약속도 했지만 오히려 주민들의 반발만 강화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상황을 쓰레기 처리장 사업지 주민의 입장이 되어 입체적으로 접근하니 답이 보이더군요. 내가 주민이라면 어차피 낮은 집값 더 내려갈까 걱정되기보다는 어떤 시설이 얼마나 생길지, 내 생활은 얼마나 더 편해질지 그게 제일 궁금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주민이 사실은 공공시설 확충을 원하는 입장이라는 가정하에 가능성을 더 찾아봤죠.

'공공시설 확충을 원하면서 쓰레기 처리장은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 쓰레기 처리장 자체보다는 공공시설에 대한 욕심 때문에 혐오 시설로 여겨지는 쓰레기 처리장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 싫은 게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부정적 연상을 완화하도록 쓰레기 처리장 대신 '자원 순환센터'로 이름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어요. 명칭을 변경하니 부지를 확정하는 계획을 주민들이 더 긍정적으로 인식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고요.

입체적 사고란 주어진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 정보와 연결되거나 정보에 영향을 주는 다른 정보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습관을 말해요. 입체적 사고를 기르는 데 가장 좋은 훈련은 아까부터 계속 다룬 '입장 바꿔 생각하기'에요. 다른 각도로 상황을 바라보면 숲 전체를 바라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빠르게 단정 짓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빠르게 단정 지을수록 누락되는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에요. 정보를 다룰 때는 최대한 찬찬히 관찰하고, 보이는 것 이면에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유념해야 하죠.

(사진=디지털마케팅뉴스 DB)

■ '진짜' 문제가 뭔지 헷갈리면 생기는 일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통해서도 우리는 '진짜 문제를 잘못 파악한 오류'를 발견할 수 있어요. 대형마트로 사람들이 몰리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내놓은 것이 한 예죠. 대형마트가 생긴 '사실'을 '문제'라고 규정하니,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강제 휴업일을 지정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인데요. 알다시피 그다지 효과적인 방안은 아니었죠.

문제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하는 게 정부에만 국한된 건 아니에요. 일반적인 회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이를테면 A 회사에서 파는 제품이 있다고 생각해 봐요. 이 업계에서는 압도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곳이에요. 인지도도 높고요. 그런데 요즘 저렴한 경쟁 제품이 많이 나오면서 매출이 하락하고 있어요. 이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요? 또 어떤 해결책을 내야 할까요?

먼저 사실과 문제, 결과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해 볼게요. '사실'과 '문제'는 가장 빈번하게 혼동되는 요소에요. '사실'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과의 원인'으로 오인되기 쉬워요.

'사실'은 이미 발생한 통제할 수 없는 요소라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없어요. 통제 불가능하다는 것은 곧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문제'로 볼 수 없거든요.

그러니 만약 저렴한 경쟁 제품이 나오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짚는다면 나올 수 있는 해결책은 고작해야 '제품 가격 낮추기', '품질 우위 이미지 강화하기' 정도겠죠? 경쟁사를 없애버릴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품 가격을 낮추면 결국 A 회사의 매출이 낮아지니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어요. 품질 우위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도 그럴듯하지만 만약 일반 소비자가 제품 품질을 판단할 기준이 마땅치 않은 경우는 어떡하죠? 그리고 사람들이 A 회사 제품이 더 좋고, 더 오래 간다는 사실을 알아도 그런 차이를 무시할 만큼 경쟁 제품 가격이 싸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사실 사람들이 다른 경쟁 제품 대신 A 회사 제품을 선택할 만한 차별화된 매력이 없거나, 해당 제품군 자체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게 진짜 '문제'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이렇게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지 못한다면 가뭄이 들었다고 기우제를 지내는 것만큼 엉뚱한 결론이 나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오늘 다룬 책은 실무적인 내용보다는 기획력을 향상하기 위한 마인드 셋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요즘 들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거나, 한 단계 더 나아가 직관력과 통찰력이 필요한 분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꼭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사업이나 디자인 등 기획이 필요한 분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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