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연의 마케팅 Law] 퇴직 후 근로자의 경업·전직 금지할 수 있을까?

김희연 변호사 승인 2023.11.16 10:45 | 최종 수정 2023.11.27 18:46 의견 0
김희연 변호사

근로자가 회사에서 영업비밀을 취급하는 업무를 하였다가 퇴사한 후에 동종업종에 취직하거나, 동종 회사를 창업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근로자가 재직 중이라면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을 비교적 쉽게 막을 수 있겠으나, 퇴직 후에는 어떻게 이러한 행위를 쉽게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나 미리 경업·전직금지약정서 등을 작성하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에 아래에서는 근로자와의 경업·전직금지약정이 없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전직 등을 막을 수 있는지, 경업·전직금지 약정을 한 경우, 이 약정의 효력이 그대로 유효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경업·전직금지 약정 작성 못한 근로자의 동종영업 경업·전직 막을 수 있을까

근로계약 중에는 경업·전직금지 약정을 하지 않더라도, 상법에 경업금지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당연히 경업금지를 요구하거나 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퇴직 후에도 미리 경업·전직금지해 놓았다면, 이를 근거로 경업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한편, 경업·전직금지 약정이 없는 경우에도 퇴직 후 그 근로자에 대하여 경업·전직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 됩니다. 기본적으로 명시적인 약정이 없는 경우에 이를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근로자가 취득한 비밀이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이를 부정하게 사용·공개하는 때에만 퇴직 후에도 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요건을 갖춰 경업·전직금지청구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근로자와 체결한 경업·전직금지 약정이 항상 유효할까

근로자와 근로계약 중 경업·전직금지 약정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약정상의 경업금지 기간 등이 너무 장기간이고, 금지하는 업종이 광범위한 경우 전부 또는 일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정이 유효가 되기 위해서는 보호할 사용자의 이익 즉, ▲영업상 비밀이 있어야 하고 ▲그 근로자가 영업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어야 하며 ▲그 약정에 대한 적절한 보상(꼭 금전일 필요는 없으며, 오랜 기간 회사에 고용이 보장되며 전문성을 키우고 승진의 기회가 보장된 경우 보상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이 있고 ▲근로자가 정리해고 등의 불가피한 사유로 퇴직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몇 년의 금지기간을 약정하여야 유효한지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괄적인 기준은 없고, 영업비밀이 몇 년간 보호될 필요성이 있는지 살펴 사례마다 다릅니다. 판례에서는 보통의 경우 1~3년의 기간을 유효하게 보는 경우가 많으며, 그 약정에 대한 대가를 넉넉하게 지급한 경우라면 더 장기간 인정될 수 있습니다.

경업·전직금지 약정의 유효성이 무조건 인정되지 않는 이유는, 영업비밀이라는 이러한 약정으로 인하여 사업자의 재산권과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권리가 충돌되기 때문입니다. 그 충돌되는 권리를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조율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약정의 유효성은 사례마다 다르게 정해질 수밖에 없으며,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 퇴직 후 근처에 유사한 학원을 개업한 학원 강사의 영업, 막을 수 있을까

판례의 사안을 보면,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원고 회사가 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피고들이 원고의 학원으로부터 반경 5km 이내의 다른 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등 경업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경업금지 약정에 위반한 것을 이유로 위약금 5000만 원~1억 원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판례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경업금지 약정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로부터 생계의 길을 빼앗고 그 생존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동시에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부당한 독점을 발생시킬 우려 등이 따르므로 그 특약을 체결에 관해 합리적인 사정이 있음이 입증되지 않는 경우에는 일단 근로자의 영업활동 자유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간주하고, 특히 그 특약이 단순히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억제함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임이 분명하다.”고 봤습니다.

또한 근로자인 학원강사들이 근무하면서 취득한 지식이 보편적인 사항이 아닌 당해 사용자만이 가진 특수한 지식인 때에만 영업상의 비밀로 인정되며, 이러한 경우에 경업금지 약정이 유효가 될 수 있는데 위 사안에서 강사인 피고들은 영업상의 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경업금지 약정은 또한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위와 같이 경업·전직금지 약정은 그 근로자가 영업상의 비밀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므로, 약정을 근거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에게 약정에 대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약정상의 금지 범위가 합리적인지 등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 김희연 변호사 프로필

법률사무소 사람마을 변호사(현), 사시 51회,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석사(회사법 전공), 서울남부지방법원 상근조정위원(현),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전), 강남구시설관리공단 인사위원회 위원(전), 양천경찰서, 구로경찰서, 영등포경찰서 징계위원회 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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